최근에 블로그에 올린 글 중에 How many shining eyes I have around me ? 라는 제목의 글이 가장 반응이 뜨거웠다. 물론 뜨겁다는 건 댓글이 가장 많이 달렸다는 의미에서 하는 이야기다. 이 블로그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함께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이거나 현재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 운동 및 생활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글이 왜 반응이 있었을까 생각하니, 내 필력 때문은(난 솔직히 글 쓰기 보다 말하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 전혀 아니고 아무래도 뭔가 보고 싶은데 보이지 않는 운동 현실 때문일거라 판단된다. 그렇다고 내가 막힌 구멍을 뚫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니 답답함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흔히 선배들이 자주 쓰던 관용구를 빌리면 병은 진단이 정확해야 그에 맞는 약을 쓸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의 현실은 이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과감하게 표현하여 원인 파악은 이제 그만하자.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원인이 너무 많고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원인을 우리만 파악하는 것도 아니고 수 많은 사람들이 파악하고 있다. 몇가지 책을 들춰보거나 인터넷으로 '진보진영, 혁신, 대책' 등의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수 백가지 원인이 주르륵 나온다. 원인을 몰라서 안되는 것이 아니다.
한 때, 문제는 실천이라고 했다. 여전히 맞는 말이다. 원인을 알고 있으므로 이제 실천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인을 알고 실천만 하면 됨에도 왜 안되는 것일까.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실천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 그 실천으로도 안 되는 것일까." 이랬더니 실천의 강도와 열의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한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은 이렇게 나온다.
"내가 실천을 할 수 있도록, 내 마음 속에 열의와 기쁨과 확신을 심어줄래?"
당신이라면 이 질문이자 부탁에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정치사업? 맞다. 그럼 어떻게 정치사업을 할 것인가. 처음에 언급한 글에서처럼 당신과 나의 눈을 빛나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말이다. 나는 학습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무엇을 학습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최근 새세대네트워크에도 트위터 열풍(?)이 불고 있다. 그 김에 사이트에도 트위터라운지를 이용하여 새세대트위터광장이라는 기능을 추가했다. 트위터를 하면서 쉼 없이 날아오는 각 트윗들을 따라가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빛나는 사람, 빛나는 문장, 빛나는 단어는 있기 마련이다.
'Cara_Park'님이 날린 트윗을 'leejeonghwan'님이 리트윗(RT)했다. 아주 인상적인 말이라 나 역시 리트윗했다. 트위터 이야기는 다음에 더 하기로 하고.
우리가 이야기해야 하는 건, 바로 이 '비전'이다. 내가 그토록 찾았던 것. 그건 바로 비전이었다. 비전은 사상과는 다르다. 하지만 비전은 사상을 고민하는 가운데 나오기 마련이다. 비전이 이 세상이 어떻게 바뀔 것 같다는 현상적인 예측이 아니라 세상을 이렇게 바꿀 수 있을 것 같다는 능동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시대의 총화(이 표현말고 다른 걸 쓸 수는 없을까)가 사상이고 사상의 구현이 시대이기 때문이기 때문에 내 물음은 역시 사상에서 시작한다. 이 시대를 바꾸는 것은, 그 비전은 따라서 철학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몇가지 지식과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해하지 말 것은 책을 보고, 실천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엇에 근거하여 학습하고 실천할 것인가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운동이 어려울 때마다 '사상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진단을 많이 한다. 반복적이지만 지금이 바로 그 사상운동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이전에 이야기했던 사상운동과 지금 이야기하는 사상운동은 차이가 있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사상운동이 사상의 순결성이나 정합성만을 강조하며 사상학습과 사상투쟁을 결합하는 것이 사상운동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사상운동은 이런 게 아니다. 사상운동이라는 개념에 대한 정의를 다르게 해야 한다. 과거에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지금 필요한 사상운동은 자신의 사상을 우월하다고 내세우며 다른 사람, 집단을 이상한 사람, 세력으로 낙인찍고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비전을 찾는 일이어야 한다. 비전을 찾는데에는 관계맺음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낙인찍고 배제하는 것은 비전을 찾는 일이 아니라 비전을 버리겠다는 뜻과 동일하다. 왜 운동진영에 비전이 없다고 하는지 우리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 말은 진보진영이 소통하고 있지 못하다는 엄연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잘하고 있다, 우리는 승리하고 있다는 식의 평가 혹은 자위를 하는 건 운동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상운동은 소통이다. 사상운동은 대중과 관계맺기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할 것은 바로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가 아니라 내가 누구와 무엇과 관계맺고 소통하고 있는가이다. 운동진영 내의 너와 내가 소통이 안되고 있는 실정에서 뭔놈의 운동 혁신을 이야기하냐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혁신은 지속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답답해 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헬렌켈러가 이야기한대로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이거 나만 보고 있다는 거만한 표현이 아니다. 나 역시 보기 위해 눈을 더 크게 뜨고 있다. 어렵다. 하지만 이게 답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불행한 사람들이 더이상은 생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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